FIA : 경주차가 더 느리기를 바라는 사람들 2편

FIA : 경주차가 더 느리기를 바라는 사람들 2편

FIA : 경주차가 더 느리기를 바라는 사람들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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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A : 경주차가 더 느리기를 바라는 사람들


최근 FIA는 마치 한국 정부의 부동산 대책처럼 줄기찬 규제의 포화를 다시 퍼붓고 있다. 2004년 경기당 1개의 엔진만 허용하더니 2005년에는 엔진 하나로 두 경기를 소화하도록 했다. 레이스 도중 타이어를 바꾸는 것도 금지했다. 자연스럽게 속도는 줄어들었다. 2006년부터는 F1 엔진을 8기통 2,400cc 이하로 낮추는 새 규정이 적용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경주차들이 이전의 속도를 회복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FIA와 팀들의 대결 양상을 보면, 마치 팀들은 정의의 편이고 FIA는 악역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적절한 관리 시스템이 무너지면 자동차 경주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이렇듯 규정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레이스가 공정하게 치러지는지 감독하는 일도 중요하다. 심판 없는 경기는 없듯이 자동차 경주에도 심판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자동차 경주의 심판을 흔히 오피셜(Official)이라고 한다. 행사 진행 요원과 심판관을 뭉뚱그려 가리키는 말이다. 해외에서는 심사를 하는 스튜어드(Steward)와 신호깃발 등을 흔들거나 관중을 통제하는 등 진행을 돕는 오피셜 요원을 분리해 부르고 있다.

자동차 경주의 심판은 여느 스포츠 종목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일을 한다. 우선 길이 2~6km에 달하는 경기 구역을 관리하려면 수백 명의 인원이 필요하다. 또 축구 심판처럼 선수들과 함께 뛰며 판정을 내리는 것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디지털 계측기와 감시 카메라 등 첨단장비와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F1 경기의 경우 스튜어드가 3명 배정된다. 이들은 경기 규칙은 물론 기계, 전자, 소재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가진 기술검사관들을 거느리고 있다. 하이테크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만큼의 지식을 지녀야 이들의 부정 행위를 알아챌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FIA에서 2명, 해당 개최국에서 1명의 스튜어드를 배정한다. 스튜어드들은 경주차에 금지된 기술이나 장비를 몰래 쓰고 있는지, 드라이버나 팀이 경기 도중 비신사적인 행위를 했는지 등을 판단해 페널티를 내릴 수 있다. 현장에서 곧바로 내리는 스톱 앤드 고(Stop And Go) 페널티 외에도 득점 몰수, 출장 정지, 벌금, 자격 박탈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물론 제재를 당한 팀도 아이시에이(ICA; International Court of Appeal)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ICA는 자동차 경주 등 스포츠 행사의 분쟁을 조정하는 재판소다. 판사나 사회 저명인사, 행정관료 등 15명의 심판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F1 경기에는 적지 않은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에 페널티를 받은 팀들은 늘 거세게 항의하며 ICA에 항소한다. 지난 1999년에는 스튜어드들이 미하엘 슈마허가 탄 페라리 경주차의 디플렉터(deflector: 경주차 옆구리 부근에 달려 있는 공기 흐름 조절판)가 규정보다 1cm 작다며 실격 판정을 내렸다. ICA는 페라리의 주장대로 디플렉터가 허용치 이내의 크기였다고 인정해 실격 판정을 뒤집었다. 슈마허는 이 판정 덕분에 그해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처럼 FIA 심판관들의 판정이 뒤집어지는 일은 아주 드물다.

어쨌든 감시 감독 기구와 레이싱팀들은 늘 으르렁대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 이들은 때로 세력 대결을 벌이며 정치판 못지않은 권모술수를 쓰기도 한다. 자동차 경주와 관련해 가장 유명한 정치적 사건은 1981년 처음 맺어진 '콩코르드 협정(Concorde Agreement)' 이다. 과거 FIA의 본부가 위치해 있던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에서 맺어진 이 협정에서 F1 참가팀과 F1의 상업적 권리를 소유한 버니 에클레스톤의 매니지먼트사 에프오에이(FOA; Formula One Administration, 협정 당시 FOCA), 그리고 FIA 사이에 수익 배분율이 결정되었다.

겉으로만 보면 FIA 30%, 참가팀 46%, 버니 에클레스톤 24%의 비율로 방송 중계권료 수입을 나눠 갖자는 합의일 뿐이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F1의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다자간의 파워게임이 숨겨져 있다. 이 협정의 만료 기간은 2007년. 협정에 서명한 F1 참가팀들의 발이 묶여 있는 시한이다.

일부 팀은 연장계약에 동의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눈치를 보고 있다. 특히 르노, 벤츠, 토요타, BMW 등 자동차 제조사들이 FIA에 반기를 들어 콩코르드 협정이 끝나는 2007년부터 독자적인 포뮬러 레이스인 그랑프리 월드 챔피언십(GPWC; GrandPrix World Championship)을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콩코르드 광장은 프랑스 혁명 당시 공개 처형을 위한 단두대가 설치 되었던 곳이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목이 잘린 곳에서 후대들도 으스스한 일을 벌일지 모른다. 만약 F1 그랑프리가 정치적 분쟁에 의해 없어진다면 누군가의 목이 잘리는 장면을 지켜보는 것만큼 끔찍한 일이 될 테니까 말이다.

 




지동차 경주의 페널티

축구 경기에서는 반칙을 한 선수에게 심판이 옐로 카드니 레드 카드를 들어보이며 경고를 주거나 퇴장 명령을 내린다. 그러면 자동차 경주의 반칙 행위는 어떻게 처벌할 까?

카레이싱에서 자주 벌어지는 반칙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규정에 어긋난 경주차를 만드는 기술적 위반이다. 금지된 전자 장비를 쓰거나 정해진 무게보다 가볍게 개조하는 등 경주 전에 계획적으로 반칙이 이루어진다.

다음으로는 경주를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위반이다. 속도 제한 구간(피트 로드)에서 과속을 하거나 다른 경주차를 고의로 들이받는 비신사적 행위, 출발 신호보다 먼저 차를 움직이는 반칙(플라잉 스타트. flyingstart)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첫 번째 유형의 반칙은 고의성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만큼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경주차 제작 규정을 어겼을 때는 득점 몰수, 벌금, 출장 정지 등의 페널티가 주어지는 것이다.

반면 레이스 도중에 일어난 사소한 반칙에는 가벼운 즉결처분이 내려진다. 예를 들어플리잉 스타트를 한 드라이버에게는 10초의 '스톱앤드 고' 벌칙이 주어진다. 스튜어드는 검은색 깃발과 함께 해당 드라이버의 경주차 번호가 적힌 푯말을 게시해 페널티가 주어졌음을 알린다. 검은 깃발을 본 드라이버는 3랩 이내에 피트로 들어와 10초간 정지했다가 다시 나가야 한다. 피트 로드(트랙에서 빠져나와 피트로 들어오는 길)에서는 레이스 트랙과 달리 시속 80km 이하로 달려야 하므로 실질적으로는 30~40초 이상 손해를 보게 된다.

이 밖에도 경주차를 멈추게 하지는 않고 피트 로드를 그냥 통과하도록 하는 '드라이브스루(Drive Through)' 페널티, 다음 경기에서 출발 순위를 예선 성적보다 10단계 낮추는 방식 등이 있다. 스톱 앤드 고와 드라이브스루 페널티가 레이스 종료 직전(남은 랩이 5바퀴 이하일 때)에 결정되었다면 경기가 끝난 뒤 최종 기록에 25초를 더한다.




 




기발한 아이디어의 불법 경주자들

자동차는 2만여 개의 부품으로 조립된다. 어느 한곳이 규정과 조금 다르다면 쉽게 발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경쟁자보다 빠른 차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규정을 어기고 교묘하게 개조하기도 했다. 무릎을 치고 감탄할 만큼 기발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물론 이런 불법 개조가 모두 적발되었기 때문에 그 구체적인 내용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모터스포츠에 참가하고 있는 팀들을 배려해 실명은 생략하고 이야기하기로 한다.

소화기의 놀라운 변신

차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된 일본의 한 장거리 레이스 투어링카팀은 차내에 의무적으로 장착하는 소화기의 안을 비우고 대신 연료를 넣어 보조 연료탱크로 사용했다. 그래서 얼마나 빨라졌는지는 의문이지만 안전을 볼모로 한 대도박이었음은 분명하다.

차 높이가 그때그때 달라요

미국 NASCAR 대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오벌 트랙을 달리는 이 대회에서는 차높이에 따라 속도가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주최 측은 경기 전 모든 경주차 아래에 일정 두께의 쇠 블럭을 넣어봄으로써 규정만큼 높였는지 확인한다. 한 참가팀은 쇼크 업소버(shock absorber)와 스프링을 차체에 받쳐주는 부품인 댐퍼(damper)에 속이 빈 구리 부싱을 끼웠다. 가만히 서 있거나 천천히 달릴 때는 규정 높이가 유지되지만, 고속으로 달리면 다운포스의 압력으로 이 부싱이 찌그러지면서 차 높이가 낮아진다.

실물처럼 만든 가짜 부품

미국의 한 스톡카(양산차) 레이스 참가팀은 엔진을 절대로 개조할 수 없는 대회 규정에도 불구하고, 공기 흡입량을 더 늘리고 싶었다. 엔진 위에 달린 흡기 매니폴드(manifold) 관을 깎으면 되지만 쇠로 된 주조물이어서 누가 보아도 손댄 흔적이 쉽게 드러나는 것이 문제였다. 이 팀은 고심 끝에 실제 매니폴드와 똑같은 모양이면서 사이즈를 1mm 정도 키운 가짜 부품을 제조사의 로고까지 그대 로 넣어 만들었다. 이 1mm의 작은 차이를 맨눈으로 가려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교한 스프링 장치를 동원하다

1995년 WRC(세계랠리선수권)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대회에서는 출력을 일정 수준 이하로 제어하기 위해 리스트릭터(restrictor)라는 규정 부품을 달아야 했다. 간단히 말하면 리스트럭터는 지름 30mm의 공기관이다. 이 관을 통해서만 터보 엔진에 공기가 흡입되기 때문에 어느 팀이나 그에 상응하는 출력(300마력)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문제의 팀은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 터보 장치 아래에 공기 흡입구를 뚫어두고, 검사를 위해 부품을 떼어내면 스프링이 작동해 이 흡입구를 막아버리는 장치를 만들었다. 마치 스위스 시계처럼 정교했다. 이 부정 행위는 팀 내부인의 양심선언에 따라 밝혀졌다.

비밀 연료통

드라이버가 탄 채로 차의 무게를 605kg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F1의 규정을 어긴 사례다. 한 팀은 연료통 안에 격벽을 설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방을 따로 두었다. 연료통 속의 연료를 다 빼내도 이 방에는 연료가 남아 있었다. F1 검사관들이 연료가 없는 상태에서 차의 무게를 재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 팀의 차는 비밀 연료통에 들어 있는 휘발유의 무게만큼 가벼웠지만 검사에 통과했다. 레이스 도중에 비밀 연료를 소모하면 그만큼 차의 무게가 가벼워져 유리해지는 셈이었다. 그러나 어쨌든 발각이 되었고, 득점 몰수에 2경기 출장 정지라는 페널티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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