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을 선택할 권리 2편

국적을 선택할 권리 2편

국적을 선택할 권리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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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눈의 태극전사, 국적을 선택할 권리


스포츠 선수들의 귀화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귀화 1세대'로 꼽히는 선수들로는 프로축구 구단 안양LG의 골키퍼 발레리 샤리체프(한국명 신의손), 성남 일화의 라티노프 데니스(한국명 이성남), 야센코 사비토비치(한국명 이싸빅) 등이 있다. 이 선수들의 경우 2011년 국적법 개정 이전 일반귀화로 한국 국적을 얻은 경우였고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경우는 아니었다. 이후 한국프로축구 리그에서 활약하던 전북 현대의 에닝요 선수, 수원 삼성의 라돈치치 선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발탁을 목표로 특별귀화를 추진했던 적이 있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다.

농구의 경우 혼혈선수인 문태종, 문태영 형제와 김한별 선수가 특별귀화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적이 있다. 실제 문태종 선수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 큰 공훈을 세우기도 했다. 더 나아가 한국농구연맹에서는 대표팀의 전력 향상을 위해 고양 오리온 소속의 애런 헤인즈, 여자 농구선수인 앰버 해리스 선수의 귀화를 추진했으나, 규정 숙지 미숙으로 인해 무산되기도 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마라톤 종목에서 메달 획득을 목표로 추진했던 케냐출신의 마라토너 에루페의 특별귀화는 선수의 도핑 의혹과 더불어 마라톤이라는 종목이 갖는 상징성, 귀화 선수에 대한 거부감 등 때문에 무산되었다.

물론 대한민국에서 타국으로 귀화하여 국가대표가 된 경우도 있다. 안현수 선수(러시아명 빅토르 안)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국내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었던 그는 러시아로 귀화, 러시아 국가대표로 선수 생활을 이어나간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는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품고 금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하기도 했다.

또 다른 예로는 추성훈 선수(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가 있다. 현재 UFC, 즉 이종격투기 선수로 활약하고 있으나 본래 유도선수였던 추성훈 선수는 2001년 대한민국 유도 국가대표로 아시아 유도 선수권 대회에서 수상을 했다. 그 후 일본으로 귀화, 2002년에는 일본 대표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 외에도 양궁을 비롯한 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스포츠 선수들이 타국으로 귀화하여 해당 국가의 국가대표로 여러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귀화선수 국가대표 선정 논란


귀화선수를 국가대표로 선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대한민국뿐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카타르의 경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여한 축구 대표팀 명단 39명1 중 23명이 귀화선수였고, 2016 FIBA Asia Challenge에 참여한 국가 중 이라크, 요르단, 일본, 대만의 농구 국가대표에는 귀화선수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글의 서두에 언급한 아이스하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경우 1994년 국제아이스하키연맹 월드챔피언십을 앞두고 22명의 선수단 중 15명을 외국 출신으로,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의 일본 국가대표팀은 8명,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의 이탈리아 대표팀은 11명의 귀화선수를 활용하여 전력을 강화하기도 했다. 육상의 경우, 여러 선진국들이 아프리카 육상선수들을 영입하여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국제올림픽 위원회(IOC)는 둘 이상의 국적을 가진 선수라도 한 나라만을 대표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으며, 국적을 바꾼 귀화선수의 경우, 이전 국가의 대표로서 국제 대회에 참가한 뒤 3년이 지난 후 타 국가 국적으로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경우 귀화규정이 더 까다로운 편이다. 만 21세까지 한 차례만 소속 국가협회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해당 선수가 A매치, 즉 성인 국가대표로 출전한 경기가 있다면 타 국가의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없다.

반면 야구 국가대항전인 WBC(World Baseball Classic)의 경우는 그 규정이 유연하다. 부모뿐만이 아니라 조부모의 국적 중 한 나라를 택해 해당 국가의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으며 본인의 출생국이나 영주권 보유국의 국가대표로도 출전할 수 있다. 실제로 이 규정을 통해 미국 뉴욕 양키스 소속 유명 야구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경우 2006년 WBC대회에는 미국 국가대표로, 2009년에는 도미니카공화국 대표로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국가대표를 위한 귀화를 반대하는 입장


국제 경기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해외 경쟁력 있는 선수들의 귀화가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국가대표를 위한 귀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해외 선수들을 귀화시켜 얻은 승리는 의미가 퇴색된다는 점, 귀화의 남발은 '대한민국'이라는 정체성에 혼란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 성적을 위해 선수를 돈 주고 사는 것과 다름없어 올림픽을 비롯한 스포츠 정신에도 어긋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스포츠 선수들의 귀화를 비판한다.

해당 선수들이 대한민국에 큰 애정을 갖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회에 참가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올림픽 등 큰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 국적을 바꾼 것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점 또한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실제 귀화선수 중에는 기본적인 한국어조차도 할 수 없는 선수들이 있으며, 특별귀화의 경우 이중국적이 허용 가능해 대회가 끝난 후 해당 선수들이 본인들의 국가로 돌아가 버리거나 극단적인 경우 대회 출전 후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해버릴 수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또한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내세우던 '단일민족' 인식이 아직 국민 전반에 퍼져있는 만큼 국가대표 유니폼 뒤에 쓰인 마틴, 달튼, 안나 등 선수들 이름에 국민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는 문제도 안고 있다.

이 외에도 국내 선수들의 발전에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국내 스포츠리그에서 벌어질 수 있는 행정적, 제도적 문제 등도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에루페 선수의 귀화를 추진했을 때, 황영조 국민체육공단 감독은 “에루페가 귀화하면 한국 선수들의 희망이 없어진다. 마라톤뿐만 아니라 단거리 분야에서 해당 종목 강국 선수들이 귀화하면 한국의 좋은 선수들은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국가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대한민국 국적의 선수들을 위한 교육, 훈련 등의 지원이 줄어들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내 선수들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면 또다시 귀화선수들에게 의존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논지이다.

또한 축구, 야구, 농구 등의 프로리그의 경우 팀별로 해외 용병선수의 수 제한이 있는데, 귀화선수들이 추가될 경우 그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 더 나아가 사실상 귀화선수를 국내선수로 간주한다면 용병선수들을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프로팀들 사이에서도 모기업에서의 금전적 지원이 충분한 팀과 그렇지 못한 팀간의 격차를 벌리게 된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가대표를 위한 귀화를 찬성하는 입장


스포츠 선수들의 귀화를 통해 국가대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찬성하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순혈주의, 민족주의에 집착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 다문화 시대라는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대한민국'의 위상 제고와 국위 선양을 위해 외국의 우수 인재 영입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국가 간의 경쟁과 각국 국민들의 응원을 통해 스포츠 종목이 발전해온 측면은 절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귀화 찬성론자들은 이 같은 스포츠 내셔널리즘은 승리 지상주의, 국수주의 등을 부추기고, 이는 역사적으로도 독재나 전체주의에 이용된 경우도 있었던 만큼 순혈주의,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의사에 따른 귀화의 경우 그들을 포용하는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선수들을 돈, 명예 등으로 유혹하여 단기 성과를 위해 선수들의 국적을 바꾸는 것이 아닌, 해당 선수가 한국에 대해 큰 애정을 지니고 있고, 귀화 의지가 크다면 충분히 그들을 포용하고 국가대표로서 인정해야 한다는 논지이다.

 

국적을 선택할 권리 또한 하나의 인권


점점 국경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국제화 시대인 오늘날에는 올림픽을 포함한 여러 국가대항전의 의미가 '경쟁'에서 '화합'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를 보았을 때, 국적을 바꾸는 일은 더 이상 본국에 대한 '배신'의 의미가 아니다. 선수가 진정으로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대한민국 국민이자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능력으로 우리 공동체를 빛나게 하고 싶다면, 그들 스스로 '국적을 선택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또한 하나의 '인권'으로서 지켜주고, 보호해줘야 할 권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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